

“이 어려운 걸 30년째 또 해내지 말입니다”
전직원 극기훈련 30년째 특이한 회사, 대구본사 국내최대 산업공구 유통기업 크레텍
올해 8월 19~20일 포항 문경 철원 등지서… 무박 야간산행, 해병대·유격 훈련까지
‘나약한 나를 이기자’‘어떤 어려움도 이기자’구호 외치며 행군, 곳곳엔 눈물도
직원에게 너무 가혹하다고? 극기정신으로 자신과 직장 어려움 모두 헤쳐 나가라!
<대구 본사 둔 공구유통 1위 크레텍… 30주년 맞은 극기훈련>
극기(克己), 공자의 ‘논어’에 나오는 말로 편하고 싶은 자신의 욕망을 눌러 이상과 목적을 실현하는 것을 말한다. 자신을 먼저 이겨야 남을, 또 상대를 이길 수 있다는 원리이다. 이 극기정신을 기업현장에서, 그것도 30년째 매년, 전직원 대상으로 실천하는 대구 기업이 있다.
너무 방대해 정리되지 못했던 12만종의 산업공구를 체계화하고 가격을 오픈해 산업계에 파란을 일으켰던 국내최대 산업공구 유통기업 크레텍책임이 그 주인공이다. 대구에 본사를 둔 크레텍책임은 공구계의 ‘아마존’, 즉 국내 산업공구 허브로 불리지만 소매가 아닌 도매형이라 일반 대중들에게 그 이름이 익숙하진 않다.
올해 이 회사의 극기훈련은 8월 19일부터 20일까지 무박 2일로 진행됐다. 60대 회장부터 20대 신입직원에 이르기까지 500여명의 전 임직원이 훈련에 참여해 포항 내연산, 문경 주흘산, 봉화 청량산, 철원 명성산 등에서 약 20km 무박 야간산행을 가졌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야간 산길, 그것도 연일 30도 이상을 웃도는 무더운 날에 잠도 자지 않고 산길을 넘다보면 곳곳에 탄식과 울음 섞인 소리가 나왔다. ‘더 이상 가지 못하겠다’ ‘돌아갈 순 없다. 내 손을 잡고 가자’ 등등 직장현장에선 보일 수 없는 모습들을 마주하게 된다.
10시간을 손전등 하나에 의지해 행군처럼 산을 넘고 난 뒤에는 해수욕장과 강 등에서 래프팅을 가졌다. 밤사이 쌓인 극도의 피로감을 찬물에 씻으며 ‘극기의 맛’을 본다고 직원들은 입을 모았다.
“숨이 턱에 차오를 때는 회사에 대한 애사심이 싹 사라진다. 오히려 원망이 든다. 하지만 내려와 완수를 하고 나면 일단 나 자신이 그렇게 대견할 수 없다. 두려움이 사라지고 해방감이 든다. 이런 내가 좋고, 이런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해주는 우리회사가 정말 좋다”
올해로 두 번째 참가를 기록한 이대훈 계장(31)은 밤새 감정의 극한 곡선을 넘었다고 토로했다.
20회 넘게 극기훈련에 참여해온 해외마케팅팀 이명숙 차장(49)은 “비록 몸은 힘들지만 성취의 보람을 통해 스스로 많이 성장한 것 같다”며 “우리의 삶 자체가 ‘극기’라 생각한다. 동료들과 함께 훈련을 이겨내면서 어떤 어려움도 감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올해로 두 번째 극기훈련을 맞은 장여진 사원(26)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된 와중에도 ‘스스로 한 번 이겨내 보자’는 오기가 생겨 성공할 수 있었다”며 “올해도 자신을 위한 예방주사를 놓는 기회가 된 것 같아 뿌듯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어려움을 이겨야 단맛 알 수 있다>
크레텍이 30년간 극기훈련을 진행해온 배경에는 창업주 최영수 회장의 극기 철학이 있다. 1971년 대구 북성로에서 자전거에 공구를 싣고 다니며 파는 공구 행상(行商)으로 출발했다. 이런 극기와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기존 체계화 되어있지 않은 산업공구를 분류 집대성해 12만여 공구정보가 담긴 카탈로그를 발행한 데 이어, 업계 최초 표준가격제와 바코드시스템, 전자주문 및 제품정보 디지털 구현까지 이룬 혁신적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2009년 우수자본재개발 유공기업, 2011년 국가품질상 등 유수의 수상을 한 바 있다. ‘좋은 공구가 생산성을 높인다’는 가치로 산업현장 곳곳에 산업공구를 공급하는, 인체로 치면 핏줄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외에도 무명의 중학야구단 후원, 중견기업으로선 통이 큰 3억여원의 통일성금 등 사회적 책임 또한 꾸준히 실천해오고 있다. 극기훈련도 이 도전 철학의 일환이다. 최 회장은 ‘몸과 마음을 극복한다면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전 직원들의 의견을 모아 매년 극기훈련을 실시해왔다. 이 덕분에 크레텍은 불황속 단 한 번도 매출 감소를 겪지 않았다. 올해 예상매출은 약 4천억원. 직원 30명을 넘길 수 없다는 공구상의 통념을 깨고 600여명의 직원규모로 키운 한국 공구상사의 기업화 모델이다. 현재 기계공구 중심의 크레텍책임과 용접 및 안전용품 중심의 크레텍웰딩으로 구성돼 있다.
직원들과 함께 훈련에 참가한 크레텍 최영수 회장(69)은 “불경기 속에도 회사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동력은 우리 직원들의 마음가짐에 있다. 훈련을 통한 팀워크와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업무를 더 잘하게 됐다”며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가 경기침체를 겪는데, 불황과 호황은 번갈아 온다. 이번 어려움을 이기면 반드시 다시 좋아질 수 있다고 본다. 우리회사 뿐만 아니라 우리국민 모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으면 한다. 그 동안 어려움도 위기도 함께 넘어준 우리 직원들, 정말 사랑한다”고 감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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